tlsdkssk 2011. 3. 3. 03:53

어제 낮 침대에 누워 공지영의 소설을 읽고 있는데

H가 전화를 했다.

얼마 전 인천에서 몇이 만나 수다를 떨었건만 어제 또 수다를 떨었다.

인천에선 1:1의 수다가 아니었지만 어제는 1:1 일로 수다를 떨 수 있었다.

그녀는 나의 가장 소중한 친구이자, 나보다 똑똑하며 한편으론 정신과 의사이기에

나는 대부분 그녀의 의견을 존중하는 편이었는데,

어제는 내가 그녀에게 충고(?)를 늘어 놓았다.

우리는 늙어가고 있다, 너희 부부 금슬 좋은 거 알고 있고  남편 배려 잘하는 거

내가 알고 있다만 부부 중에 누가 먼저 갈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니 네 남편을 너무 챙겨주지 말고 그의 자립을 도와주어라,

밥도 시키고, 청소도 시키고, 설겆이도 시키고, 혼자 있는 것도 시키고.....

남편이 먼저 간 여자는 기대 수명보다 오래 살지만,

아내가 먼저 간 남편은 수명이 준다는 통계가 뭘 의미하는 거겠느냐....

 

나는 지금 혼자 사는 게 너무 좋다고 했다.

혼자 있어도 심심하지 않으며, 모든 게 내 편의대로 정리 된 집이며,

누구를 챙겨주지 않아도 되는 홀가분함이, 그리하여 내가 뭔가를 하고 싶을 때

제약받지 않는 이 현실이 그리도 좋을 수 없다고 했다.

남편에 대한 애도와 지금 내가 누리는 호젓한 행복은 별개의 문제라고도 했다.

 

한참 내 얘기를 듣고 있던 H는,

"넌 정말 고양이다. 자기 것 잘 챙길 줄 알고 정말 독립적이야!" 한다.

그녀는  이미 내 수필집 발문을 써주면서 나에게 그런 선언을 했었다.

견공들은 그렇질 못하다.

개처럼 살아온 인간들은 홀로 지내는 걸 못견뎌 한다.

새벽에 자식에게 전화 걸어 눈물로 외로움을 실토하는 여성의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다.

나는 고양이, 비록 지닌 건 없고 체구는 작아도, 그런 개같은 이야기를 들으면 속으로,

"흥!" 해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