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한자락

와인 잔 속의 아가들

tlsdkssk 2011. 1. 1. 07:04

지난 11월이었나. 구피(열대어) 5마리를 사온 적이 있다.

3마리는 내가 키우고 2마리는 엘리에게 갖다 주었다.

내 것은 암놈 둘에 숫놈 하나, 엘리네는 암수 한쌍이었다. 

한데 아들네 구피는 얼마 안 지나 모두 죽어버렸다. 

아들이 물고기를 더 사 넣고 제대로 된 어항에 온열기와 산소기 등

완전한 시설을 갖추어 주었지만 이상하게도 죽고 말았다.

우리 집 구피는 유리볼에 살며 내가 집을  비울 때는 난방을 끄기에

추위와 굶주림을 견뎌야 했다.

한데   이 열악한 환경의 구피들이 더 잘 살고 있는 것이다.

고기들이 알아듣던 말던 나는 집을 비울 때면 넘들에게

"구여운 것들아, 죽지 말고 잘 있어. 사랑해!" 하였는데,

이 넘들이 그 말을 알아들은 것일까.

보름 전 아침에 일어 나니 아주 조그만 것들이 고물거리는 게 보였다.

뭔가 싶어 돋보기를 쓰고 다시 손잡이가 달린 돋보기를 들이대고 바라보니

아, 고것들이 구피 새끼 아닌가. 세어 보니 5마리였다.

혹시 잡혀먹힐까봐 큰 와인 잔에 어린 것들을 옮겨 넣었다.

어제와 오늘 사이 또 3마리가 태어났다.

어쩌면 더 태어났는지도 모른다. 수초 속에서 숨어 지내니 아직은 알 수가 없다.

오늘 그 세마리를 또 와인 잔으로 옮겼다.

와인잔은 고것들의 신생아실인 것이다.

그 작은 것들이 이리 큰 기쁨을 주다니....

잘 키워서 지인들에게도 분양해주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