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한자락
서창을 바라보다가
tlsdkssk
2010. 10. 1. 17:23
어제 여름을 접어 넣었다.
여름 한철 내 몸을 감쌌던 옷가지며 이불이며 선풍기며....
9월 하순의 해는 한결 짧아져 오후 6가 넘으니 해는 서산에 아슬하니 걸린 채
일몰을 준비하고 있다.
서향인 우리 집은 오후만 되면 해넘이가 될 때까지 눈이 부시도록 밝다.
세상의 빛은 다 우리 집 창으로 몰려온 것처럼 그렇게 밝다.
서향이라도 바람이 잘 부는 집이라 여름에도 큰 더위는 모르고 살며,
여름엔 해질녘의 일몰 색체가 아름답고 장엄하여 좋은 반면
가을날 해 질녘이면 창을 두드리는 바람소리와 함께 유난히 쓸쓸함을 안겨준다.
온갖 조명을 다 켜놓은 듯 밝던 실내가 해만 떨어지면 한 순간에 어두워진다.
해가 주는 조명이 너무 밝았기에 불을 밝혀도 한동안은 어둡게 느껴질 정도다.
그럴 때면 가슴에서 쿵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아 나는 안절부절 못하며 서녘을 바라본다.
어제 지는 해를 바라보다가 마침내 해가 지고 나니 새삼 그렇게도 서러울 수가 없었다.
저멀리 보이는 북한산이며 도봉산의 능선들도 고독의 빛을 내뿜고 있었다.
산들도 가을을 타는가.
산들은 거대한 고독을 뿜어내고 있었다.
갑자기 천애 고아라도 된 듯한 쓸쓸함과 외로움이 엄습하며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나는 계절을 몹시 예민하게 타는 편이다.
봄과 가을을 탄다.
봄이 올 무렵과 가을엔 가슴이 뻐근하도록 서러움이 밀려온다.
그 누구의 위로로도 해결되지 않는 근원적인 서러움.
전에는 남편에게 괜히 수다를 떨며 이런 증상을 이겨내곤 했는데
어제는 그 서러움을 혼자 안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