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한자락

평범하게 산다는 것

tlsdkssk 2010. 9. 3. 09:05

아들은 엘리를 평범하게 키우고 싶다고 말한다.

평범이라, 남들은 제 새끼들을 남보다 뛰어나게 키우려 애를 쓰는데, 

아들은 좀 남다른 의견을 보인다.

한데 그 편하고도 쉬운 단어의 뜻을 헤아리는 게 나로선 쉽지가 않았다.

그러면서 웬일로 아들의 초등학교 적 어떤 모습이 퍼뜩 스쳤다.

자식 하나를 키우면서도 나는 학교에 얼굴을 거의 드밀지 않았다.

아들이 공부를 알아서 척척 잘 해주는 것도 이유랄 수 있었고,

나의 비사교적 성격도 이유랄 수 있었고,

그 즈음 남편이 직장을 접고 집에서 쉬고 있는 날이 많아 여유가 없는 것도 이유랄 수 있었다.

한데 아들이 초등 5학년이던 해의 어린이 날에 나는 어쩔 수 없이 학교에 불려갔다.

당시 아들이 반장을 하고 있었는데, 그 며칠 전 날 부반장 엄마가 내게 전화를 해서

어린이날에 아이들에게 빵과 우유를 사서 나눠주게 돈을 걷자는 거였다.

제과점에 빵을 주문하며 시간에 맞춰 배달해 줄 것을 부탁하는 건 반장 엄마의 몫이라고

그녀가 귀뜸하기에 나는 어설프게 그녀의 명령에 따랐다.

교실로 들어가 담임 선생에게 인사를 하고 복도에 미리 와 있던 빵상자를 들고 다시 교실로 들어가자

50명이 넘는 아이들의 함성이 가득 울려 퍼졌다.

"와~ 빵이다!"

" **이 엄마다!"

여자 애들은 내 외모를 두고 수근거리기도 했다.

"**이 엄마 참 예쁘다."

"엄마 같지 않고 이모 같네."

 

그 날 학교에서 돌아온 아들은 웬일로 얼굴이 밝질 않았다.

그러면서 하는 말.

"엄마, 왜 엄마가 그런 걸 해요?"

아들은 내가 설쳐서 빵을 돌린 줄 알고 그러는 모양같았다.

녀석은 내가 학교 오는 일 자체를 그리 달가워 하지 않는 듯도 했다.

왜 그랬을까?

아들은 다른 엄마들 보다 좀 다르게 보이는 엄마가 부담스러웠던 걸까?

 

아들이 제 딸 엘리를 두고 평범하게 키우고 싶다 했을 때

나는 왠지 그 때의 그 사건과 아들의 평범 운운하는 발언이 무슨 함수 관계라도 있는 것처럼

그 일이 떠올랐다.

그렇다면 나는 평범하지 않은 엄마였을까.

평범의 반대말은 비범이니 내가 비범한 건 절대 아닌데...

대체 평범하다는 건 뭐지?

비범하지도 않고 평범하지도 않은,

아들은 이런 엄마가 불만이었던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