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둔 밤에 무지개빛으로 날아가는 그대에게
내가 가장 최근(?)에 감상한 오페라가 있다면
나비부인과 투란도트이다.
잠시 대구에 머물 적에 두 편의 오페라를 감상한 적이 있었다.
둘 다 푸치니의 작품으로, <나비 부인>은 전에도 관람한 적이 있었지만
어찌나 심취하며 감상을 했는지 눈물을 줄줄 흘리기도 하고
혼자 흑흑 느껴 울기도 하였다.
야외공연이었던 <투란도트>는 휘날레 부분에서 불꽃놀이까지 연출하는
장관을 이루어 참으로 인상 깊었다.
극중에 나오는 투란도트 공주의 선문답 같은 질문도 깊은 여운을 주었다.
얼음공주 투란도트가 자기에게 청혼을 하는 남자들을 죽이기 위한 장치는
세가지 수수께끼.
그 질문에 답하지 못하는 자는 모두 죽음을 당하고 마는데,
뭍 남자들이 죽임을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공주에게 반한 칼리프 왕자가 도전장을 낸다.
그 첫번째 질문.
어두운 밤에 무지개 빛으로 날아가는 환상이다.
밤마다 다시 태어나지만 아침이면 죽는다.
이것은 무엇인가?
칼리프 왕자는 거뜬히 답을 맞춘다.
그것은 다름아닌 <희망>인 것이다.
요즘 내게 종종 묻는 질문이 "너는 무엇을 희망하는가?"이다.
나는 내게 내 희망을 열거해보나 안타깝게도 내 희망은 밤마다 다시 태어나지만 아침이면 죽고 만다.
하루를 접는 밤이란 하루의 죽음이요 또 다른 날을 잉태하고 있는 시작이기도 하여
신천지를 펼쳐보게 되나 현실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아침이면
지난밤의 환상은 이슬처럼 사라지고 마는 것이다.
희망이여, 그대는 어둔 밤 무지개 빛으로 빛나는 환상에 지나지 않는가?
그래도 다시 그대를 부여잡아 본다.
그대, 죽지 말고 나를 안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