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한자락

그 두 사람은 누굴까?

tlsdkssk 2010. 8. 12. 08:24

지난번 남편의 장례를 마치고 부의금을 정리하다 보니

이름을 쓰지 않은 봉투가 두 개 나왔다.

각각 10만원이 든 봉투였다.

문상 왔던 사람들을 하나하나 꼽다 보니 세 사람이 심중에 들어왔다.

K, S, P였다.

그들은 나와 가까운 친척이고 문상도 왔었으며 수입도 좋고 장례식까지 함께 해주었으니

부의금을 낼 확률도 많은 인물들이 아닌가.

하지만 미확인된 봉투는 딱 두개 뿐이라 계속 고개가 갸웃해졌다.

 

그러던 어느 날, K가 점심이나 같이 하자고 전화를 해왔다.

그리곤 그쪽에서 먼저 자진 신고를 해왔다.

부의금을 내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유까지 설명한다. 나중에 만나 나에게 주고 싶다고.

그녀의 의도를 알 것 같았다. 그녀가 부모 상을 당했을 때, 탐욕스런 그녀의 동생이

제 남편과 합세하여 부의금을 몽땅 제 손에 넣어버린 일이 있었기에 나는 늘 그녀에게 따로 주었다.

내 아들과 제 동생이 같은 부류는 아니지만 그녀는 단 몇 푼이라도 내 수중에 들어가기를 원했을 것이다.

 

며칠 뒤 그녀를 만나게 되었다. 그녀는 냉면 한 그릇을 사줄 뿐 부의금을 주지 않았다.

잊을 수도 있는 일이지만 그녀의 무심함이 조금은 의아했다.

돈을 바래서라기보다 그녀가 먼저 나중에 주겠다고 했기에 말이다.

게다가 그녀는 내 남편의 죽음을 몹시 애도하지 않았던가.

우리 가족의 도움도 많이 받은 입장이기도 하고 말이다.

마침 그 전 날  미국에 사는 남편 친구가  500불짜리 수표를 보내왔다.

나는 미국 수표 찾는 방법을 몰라 그녀에게 물었다. 그녀는 웬 미국 수표냐고 물었다.

나는 할 수 없이 미국에서 보내온 부의금이라고 했다. 이쯤 되면 생각이 날 법 한데

그녀는 계속 다른 얘기만 할 뿐이었다.

나는 그녀에게 건망증이 있나보다고 가벼이 여기고 넘겼다.

 

얼마 전, 친정 엄마와 전화를 하다가 미확인된 부의금 사연을 전하며

그 주인공들에게 인사를 해야하니 자연스런 기회에 P에게 혹시 부의금을 냈는지 여부를 물어봐 달라고 했다.

며칠 뒤 엄마로부터 소식이 왔다.

그는 10만원의 주인공이 아닌 걸로 판명되었다.

나는 매우 실망했다. P는 월수입도 많고 당연히 부의금을 내야할 관계이기에

돈을 떠나 그의 사회성이 염려되었다.

 

어제 동생이 전화를 했기에 부위금에 얽힌 이런저런 얘기를 늘어 놓았다.

K의 애기를 했더니,

"누나, 그건 그 쪽에서 입으로 떼우려고 한 소리야." 한다.

나는 그녀를 극구 변명하며

"아냐, 잊었을 거야. 그렇지 않다면 제 쪽에서 먼저 부의금 얘기를 해 놓고 그렇게

모른 척 할 수 있겠어?" 했다.

동생은 제 생각이 분명 맞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그러면서 k에 읽힌 얘기와  애경사비에 읽힌 여러가지 일화를 들려준다.

본인이 갈 수 없어 가는 사람편에 대신 돈을 주어 보내면 자기는 넣지 않고 부탁 받은 돈으로

자기가 낸 것처럼 하는 얌체도 더러 있다는 거였다.

액수가 좀 많은 돈을 부탁 받으면 그 돈을 적당 비률로 나누어 많은 돈 봉투에 자기 이름을 쓰는

치사한 인간도 봤다는 거였다.

나는 혀를 나둘렀다.

인간이란 정말 요지경 속이다.

아무리 돈이 좋다지만 그 몇푼에 자기 영혼을 팔다니....

돈거래를 해봐야 상대의 진면목을 알 수 있단는 말은 만고의 진리다.

 

그런가 하면, 이런 품위 있는 인간도 있다.

며칠 전 집에 등기 우편이 배달되었다.

순천 K동인에게서 온 편지였다.

내 소식을 늦게 알았다며 위로의 편지와 함께 우편환이 들어 있었다.

편지 말미엔 회신을 사양한다고 적어 놓았다.

한마디 문자만 보내주어도 나는 충분히 눈물겹도록 고마웠을 텐데...

 

이제 확인할 수 있는 사람은 S 한 사람만 남았다.

그는 사회인이 되었지만 내 동생의 아들인데다가 동생이 거금을 내었으니

아닐 확률이 높다.

그렇다면 그 두 사람은 누구란 말인가.

내 쪽 손님인지 아들 쪽 손님인지조차 헤아릴 길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