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lsdkssk
2010. 5. 31. 16:13
메일함을 열어 보낸 편지 확인작업을 하다가
엉뚱하게도 이런 편지가 눈에 띄었다.
7년 전 가을 초우 선생님께 보냈던 메일.
그것이 어디 있다가 내 손가락 끝에 걸려 나타났는지 도무지 영문을 모르겠다.
도깨비에 홀린 것 같다.
아, 그분도 이미 고인이 되셨는데....
어제가 그랬지요. 콕콕 쑤시고 저미는 슬픔이
뼈 속까지 스미는 듯한...
그러다 발견한 선생님의 글귀가 저의 숨을 일시 멎게 했습니다.
그러면서 한편으론, 모질기도 했어라, 뭐 그렇게 까지 할 거야....?
가을을 타는 것인지, 아니면 인생의 가을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창 앞을 가리고 있던 플라타나스 잎새가 서걱거리며 탈색되어 가는 것이,
거리의 은행 잎이 거무튀튀한 노란빛으로 조락해가는 것이,
못내 서럽습니다. 박달나무는 아름다운 정염이나마 맘껏 토한다지만 말입니다.
안성 사는 창수 동인 이명숙씨가 직장까지 휴가내어
매달 원고 싸들고 저를 찾아 옵니다.
영혼이 겸손한 명숙씨다 보니, 문단의 선배라는 경력도 마다한 채
알량한 저에게 글을 배우겠대요. 가차없는 저의 잔소리에 글이 성장하는 것 같아
그녀는 기쁘다고만 하니, 머쓱하고 감사할 수 밖에요.
그런데 저 홀로 잘난(?) 저는 사람들에게 다가가면
더한 외로움이 밀려와 외로워도 그냥 이렇게 웅크리며 지냅니다.
입맛이 점점 까다로워지는 게지요.
'있어도 괜찮을 말을 두는 관대보다, 없어도 좋을 말을 기어히 찾아내어 없애는 신경질이
문장에 있어선 미덕이 된다.'는 이태준의 문장론이 저에겐 때로 대인관계론으로
연장되는 듯 싶습니다. 미덕이 될지 악덕이 될는지는 모르겠지만...
서늘해지는 날씨에 모쪼록 건강하십시오.
실내의 보일러 뿐만아니라,가슴의 보일러도 지피시구요.
찾아뵙진 못해도 거기 그 자리에 늘 계신다는
사실이 제게 크나 큰 힘이 되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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