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한자락

지구를 청소하며

tlsdkssk 2010. 3. 7. 15:17

거대한 지구가 내 손바닥에 잡힌다.

걸레를 들고 지구별을 닦기 시작했다.

청소를 하다가  평소엔 손도 대지 않던 지구본을 문득 바라보았다. 

나는 중국 대륙에 붙어 있는 한반도의 남반부, 그중에서도 서울의 한 모퉁이에 살고 있다.

우주는 무한대라니 우주와 지구의 대비는 내가 살고 있는 지구와 우리집 거실에 있는 지구본의

비율과도 견줄수 없을 것이다.

나는 그렇듯 미미한 존재인데, 내 정신의 흐름은 왜 이리도 광활한지 모르겠다.

요즘은 앞으로의 생을 생각하며 죽는 날까지 내 열정을 쏟을 일이 무엇인가를

깊이 고민했다.

반짝이고 팽팽하고 영롱한 것만이 삶은 아닐 터인데도  나는 요즘 맥이 빠져가는 내 삶을

서글프고 권태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중이다. 

이 또한 봄앓이의 증상인가?

생명이 소생하는 봄이 시작될 무렵이면 겨우내 침잠하고 있던 내 인간적 고민과 고뇌들도

삐죽삐죽 싹을 내밀기 시작하는가보다.

나는 왜 늘 똑같이 반복되는 평범한 일상을 참지못해하는 걸까.

기실 거대한 우주도 늘 똑 같은 일을 반복하며 존재하지 않는가.

해는 오늘도 동쪽에서 떠 서쪽으로 기울고,

작년에 왔다간 봄이  또 다시 찾아오며 늘 같은 행위를 반복하지 않는가.  

우주도 나처럼 내면의 몸부림을 하고 있을까.

이룰 수 없는 것을 꿈꾸는 만용은 이제 접어두고 주어진 현실 내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대치를 뽑아내며 사는 것만이 그나마 남은 시간을 의미롭게 보낼 수 있는 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