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계획대로라면 나는 오늘 저녁 비행기로 제주에 갈 예정이었다.
예매했던 비행기표를 어제 취소한 건 여름날이 주는 무더위와
그 여행이 호젓한 여행이 되긴 글렀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제주 올레길 6코스 지점에 작은 집을 마련했다는 Y씨의 초청으로
숙소 걱정, 음식 걱정 덜고 편하게 쉴 수 있다는 건 좋았지만,
시간을 넉넉히 낼 수 있는 입장이 못되는 데다가 여름 날 올레길 걷는 것이
도봉산 길 걷는 것만할까 싶었다.
나는 유난히 더위와 습도에 약한데, 모르긴 해도 제주 올레길엔 그늘이 별로 없을 것 같았다.
물론 올레길 타령을 하는 건 내 일방적 결정이다.
일행이 넷이나 되니 그들은 어떤 코스를 가고 싶어하는 지 모르겠으나,
나는 차 타고 드라이브 하며 유명 관광지나 밟아보는 여행은 하기 싫었다.
제주라면 웬만한 곳은 다 가봤거니와 호젓이 제주의 풍광을 즐기고 싶은 것이
내 바람이었기 때문에.....
여행은 역시 가을이나 겨울이 좋은 것 같다.
봄날도 아름답지만 고즈넉한 기분을 느끼기엔
단연 가을이나 겨울 여행이 좋다.
또한 여럿이 우루루 몰려다는 것 보다는 둘 정도가 좋은 것 같다.
머물고 싶은 데서 머물고 쉬어가고 싶은 데서 잠시 쉼표를 찍어보고,
말 하고 싶지 않을 때 침묵할 수 있는 자유를 느끼며 여행하기엔 사람이 적을 수록 좋다.
여행 계획을 취소하고 나니 그렇게 마음이 홀가분 할 수가 없다.
나는 산으로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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