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보았다.
오늘은 오전엔 비가 내리고 오후엔 심한 황사가 부는,
한 마디로 사람의 심사를 편치 않게 내리 누르며 시야까지 누렇게 보여
정말이지 절로 이상한 기분이 드는 구접스런 날이었는데,
날씨에 걸맞는(?) 이상한 영화를 보았다.
그 동화의 제목이야 익히 알고 있는 바이지만 아직 읽진 못하였다.
어린이들이 읽기에 어려운 책이라는 정도의 얕은 지식만을 알고 있을 뿐.
영화가 빚어내는 상상력과 비주얼은 볼만했다.
그러나 영화를 다 보고 나서도 나는 그 영화가 말하는 게 무언지 잡히질 않았다.
다만 영화의 자막을 통해 읽은 몇 가지 대사와 이상하게 조합된 단어들은 인상에 남아 있다.
좋마운 날이니 날뜩한 검이니 즐복한 여행이니 으쓱촐싹춤이니...
하여 나도 좋마운(좋고 고마운) 친구라고 이 자리를 빌어 써먹는다.
영화 중에 앨리스가 하는 말이 나를 잠시 멈칫하게 했다.
앨리스는 술병 같은 것에 든 액체를 마시면 작아지고
무슨 케익 같은 걸 먹으면 몸이 거인처럼 커진다.
후반부에 이르기까지 앨리스는 작던지 크던지 하는 상태로 나오며
그 와중에 앨리스는 자신은 늘 작던지 크던지 한다고 말한다.
그 대사를 접하는 순간 그 말이 나 자신의 문제처럼 여겨졌다.
내가 그런 것 같다.
원래의 나는 어디로 가고 작아지던지 혹은 커지던지 하는 것 같으니 말이다.
요즘은 오그라들고 쪼그라들어 난장이처럼 지내고 있는 중.
난장이가 되고 보니 겁나고 두려운 게 너무 많다.
나도 앨리스처럼 커지는 케익을 먹고싶다.
그 모습이 내 본질이 아닐지라도 난장이가 되어 겪고 있는
이 칙칙한 두려움과 우울함으로부터 벗어나고 싶다.
암튼 좋마운 친구에게 감솨!